환절기 콧물, 재채기 같은 증상
감기가 아닌 비염 의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알레르기비염 환자가 해마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절기만 되면 증상이 더욱 심화되어 환자들을 괴롭히는 알레르기비염은 방치하게 될 경우 천식이나 축농증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비염의 올바른 치료와 관리 방법에 대해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권혁수 부교수를 만나 알아보았다.
Q. 메디우스 퀸 :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환자의 아픔으로 공감하며 치료하시는 것으로 유명한 교수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교수님의 간단한 소개와 알레르기내과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서울아산병원 권혁수 부교수(이하 권혁수) : 안녕하세요. 저는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부교수로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알레르기내과에서는 몸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알레르기 및 아토피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고 있습니다. 알레르기 비염, 천식, 약물 알레르기, 음식 알레르기, 두드러기, 아토피 피부염, 접촉성 피부염, 호산구성 질환 등을 치료합니다.
알레르기 아토피 질환은 체질적인 측면이 커서 비염, 천식, 아토피피부염 등 다양한 알레르기 질환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 많고 피부과, 이비인후과, 내과 등 여러 곳에서 힘들게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알레르기내과는 다양한 장기에 발생하는 알레르기 아토피 질환들을 한 곳에서 종합적으로 전문적인 진료를 하고 있다는 차별성이 있습니다.
Q. 메디우스 퀸 : 환경오염, 미세먼지, 실내생활 등으로 인해 매년 비염 환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아는데 비염이 발생하는 정확한 원인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어떤 증상이 있을 때 알레르기비염을 의심해야 하나요?
A. 권혁수 : 코로나19 때문에 방역 수칙을 지키며 많은 사람들이 집 안에서 주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요즘, 콧물이 자주 흐르고 재채기, 코막힘 같은 증상이 생긴 것 같다면 알레르기 비염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천으로 된 커튼이나 소파, 카펫 등에 붙어있는 집먼지진드기는 알레르기비염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환절기에 날리는 꽃가루도 중요한 원인인데 많은 환자들은 환절기 감기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습니다. 봄에는 수목 꽃가루, 가을에는 잡초 꽃가루가 주된 알레르기 원인이 됩니다. 미세먼지나, 대기오염, 새집증후군과 관련된 실내 화학물질들도 알레르기비염의 악화 인자로 작용하며 만성비염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평소에는 없었던 알레르기 반응이 갑자기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예전에는 그 증상이 적어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반면 최근 실내 생활이 늘어나면서 증상을 좀 더 심하게 느끼게 됐을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비염(鼻炎)은 말 그대로 코에 염증(炎症)이 발생하는 병입니다. 실내의 집먼지진드기, 반려동물의 비듬 등과 실외에서 노출될 수 있는 꽃가루 등이 항원이 되어 발생합니다. 코점막이 빨갛게 부어올라서 코가 막히고 콧물이 많이 나오고 코점막이 자극되어 간지럽고 재채기가 발생합니다. 특히 눈 내측 눈물관 주위가 너무 가려운 것도 눈의 문제가 아니라 비염 증상의 일부분입니다.
Q. 메디우스 퀸 : 비염은 완치가 어렵고 반복해서 재발하는 특징이 있는 질병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관리하고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A. 권혁수 : 알레르기비염에서 가장 효과적인 항염증 치료제는 코에 뿌리는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입니다.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만 코막힘, 눈가려움증, 수면장애 등을 모두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단, 급성효과가 적어서 몇 번 뿌리고 효과가 없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약은 꾸준히 매일 일주일 이상 뿌린다면 그 어느 약보다 가장 효과가 좋습니다. 간혹 알레르기비염으로 병원을 찾아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를 처방 받고 스테로이드 부작용이 걱정되어 사용하지 않는 환자들이 있는데, 대부분 몸에 흡수되어도 99% 이상 분해되어 없어지기 때문에 만 2세 아이들부터 안전하게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빠른 효과가 있는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증상 개선 효과를 보이는 증상완화제이지 염증을 조절하는 약이 아닙니다. 염증의 결과로 수많은 염증 물질이 나오는데 그중 하나인 히스타민으로 인한 증상만을 호전시켜 주는 약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항히스타민제를 꾸준히 복용하며 증상 조절을 하다가 심하면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는데 이는 잘못된 방법입니다. 매일 증상과 무관하게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그때에만 일시적으로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는 것이 올바른 치료 방법입니다.
비슷한 예를 들자면, 평상시 잇몸 염증을 예방하기 위해 치약으로 양치질하는 것이 비염에서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를 매일 뿌리는 것과 같은 격이고 잇몸 염증이 급성으로 심할 때 소염제를 먹는 것이 비염에서 항히스타민제를 먹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잇몸이 건강할 때 이를 유지하기 위해 증상이 없어도 매일 양치질을 하는 것처럼 코증상이 없어도 건강한 코를 위해 안전한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알레르기비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면역치료를 해야 합니다. 면역치료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에 대해 ‘백신’ 역할을 하는 항체가 몸속에 만들어지도록 하는 치료법입니다. 대략 80~90%의 환자에서 효과가 있고 3~5년 정도 지속하면 모든 약을 끊을 정도로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Q. 메디우스 퀸 : 집먼지진드기가 비염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비염 환자들이 증상을 잘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할 생활습관은 무엇일까요?
A. 권혁수 : 환경 관리 및 생활 습관 개선 전에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를 우선 열심히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잇몸 관리를 위한 식이 습관 개선도 중요하지만 매일 양치질을 안 하면 습관 개선 효과가 없는 것처럼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환경관리와 습관 개선만 하는 것은 효과가 매우 적습니다.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기가 있다면 아래 언급하는 환경 관리법을 적용해야 합니다.
실내 집먼지진드기 감소를 위한 환경 관리법
대기 중의 습도뿐 아니라 집먼지진드기가 서식하는 카펫이나 소파, 매트리스, 의복 등의 습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습도가 떨어져 집먼지진드기가 죽는데 약 2개월 정도 소요되고, 죽더라도 시체가 남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실내 환경 관리를 꾸준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① 가정 내 습도는 40~50%를 유지한다. 집먼지진드기는 주변 공기 중 습기를 흡수해서 수분섭취를 하기 때문에 습도가 낮으면 살 수가 없다. 하지만 너무 낮으면 사람이 호흡하기에 불편할 수 있으므로 대략 40% 정도가 적정 수치다.
② 침구류는 정기적으로(2~3주에 1회) 55℃ 이상의 뜨거운 물로 세탁한다. 집먼지진드기는 고온에서 죽습니다. 하지만 고온으로 죽이기만 하면 집먼지진드기 배설물과 시체가 그대로 남아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뜨거운 물로 빨아서 집먼지진드기를 죽이고 다시 또 헹궈 항원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침구류 세트를 2개 사 놓고 세제 없이 빠는 것이 좋다.
③ 침대 매트리스와 베개를 알레르겐 방지용 덮개로 싸주는 것이 좋다. 이불, 침구 커버 등은 고온으로 빨아서 집먼지진드기를 없앨 수 있지만 베게 솜이나 매트리스 안에 집먼지진드기가 사는 경우에는 제거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물로 빨기 어려운 침구류는 집먼지진드기가 서식하지 못하고 미세한 배설물이 아예 들어가지 못하도록 비투과성 특수 커버를 사용하는 것이 예방에 중요하다.
④ 카펫, 털이 많은 동물, 천 소파, 천 커튼,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물건 등은 치워야 한다. 집먼지진드기는 섬유, 털 등에 붙어서 서식한다. 따라서 서식지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고 먼지가 모이는 곳에 알레르겐도 많으므로 먼지가 모일 수 없도록 집안을 단순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⑤ 헤파 필터가 장착되어 있는 진공청소기로 자주 청소를 한다. 반드시 공기 배출구에 헤파필터(HEPA filter; High Efficiency Particulate Filter)가 장착된 청소기를 사용해야 한다. 일반 진공청소기는 항원이 기계 안으로 빨려 들어온 후 큰 물질은 필터에 걸러지고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작은 항원들은 기계 밖으로 다시 배출되어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Q. 메디우스 퀸 : 비염이 심한 분들은 비염 수술을 많이 고려하는데, 수술 후 빈코증후군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알고 있는데 이외 부작용과 어떤 경우에 수술을 하는 것이 좋은지 궁금합니다.
A. 권혁수 : 코 안의 구조를 원형 관으로 상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과 다릅니다. 폭은 좁고 천정이 높은 복도와 같은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한쪽 벽 면에는 3개의 선반이 돌출되어 있어서 통과하기 위해 선반 밑이나 사이로 기어 다녀야 하는 통로를 상상하면 됩니다. 양쪽 복도를 나누는 가운데 벽을 비중격, 그리고 양측 광대뼈 방향 벽에 돌출되어 나온 3개의 선반을 비갑개라고 합니다. 맨 아래쪽 하비갑개가 가장 크고 맨 위쪽 상비갑개가 가장 작습니다. 염증을 오랫동안 잘 치료하지 않으면 비갑개가 점점 커져서 코를 꽉 막게 됩니다. 가운데 비중격이 한쪽으로 휘는 비중격만곡증이 있으면 원래 좁은 통로를 더 좁게해서 코가 막힙니다.
따라서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를 중심으로 적절한 약제들을 잘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심한 비염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하비갑개의 비대가 심하여 코막힘 증상이 심한 경우 비갑개의 부피를 축소시키기 위한 수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알레르기비염 환자에서 비중격만곡이 동반되어 있을 경우 비갑개 수술과 함께 비중격교정술을 같이 시행하면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비갑개 점막을 보존하면서 부피를 감소시키는 방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코 수술 후 일부에서는 빈코증후군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코막힘은 전혀 없는데 숨쉬기가 더 답답해 하는 증상입니다. 폭이 넓지만 차선이 없는 도로에 많은 차들이 혼란스럽게 이동하면 평균 속도가 폭이 보다 좁지만 차선이 있는 도로의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차들 보다 더 느릴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비갑개는 공기 흐름의 길을 만들어 주어 공기가 직선으로 효율적으로 흐르는 반면, 비갑개가 많이 작아지면 공기의 흐름의 난류가 발생하여 코막힘이 없어도 흐름이 비효율적이 되어 숨이 답답해 질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점막이 위축되고 점막 신경의 손상이 발생하여 코 점막이 건조해지고 코딱지 등이 자주 발생하면서 호흡이 더 불편해 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적절한 약물치료가 우선시되어야 하며 수술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말 필요한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Q. 메디우스 퀸 : 비염이 오래 지속되면 발병할 수 있는 다른 질환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권혁수 : 비염이 오래 지속되면 30% 정도의 환자에서 천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만성 부비동염, 축농증, 중이염, 만성기침, 후비루로 인한 지속적인 목의 이물감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염의 합병증은 수면장애입니다. 알레르기비염이 있으면서 제대로 된 항염증치료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수면 중 숙면을 못하고 매우 얕게 수면하는 상태(미세각성)가 일반인보다 10~50배 증가합니다. 또한 수면 중 호흡장애까지 같이 나타나 코골이, 수면무호흡증의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이러한 결과로 만성피로, 우울증 및 불안 등의 정서장애까지 생길 수 있고 학생의 경우 학습장애가 올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성장기 어린이나 입시를 준비하는 청소년들은 특히나 더 열심히 안전한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Q. 메디우스 퀸 : 마지막으로 교수님이 준비하고 있는 계획이나 목표로 하는 것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권혁수 : 저는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에서 운영하는 서울특별시 아토피·천식 교육정보센터를 통한 알레르기 질환 홍보 및 교육 사업에 더 집중할 계획입니다.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는 2003년 창립되었고 2008년부터 서울시 아토피·천식 교육정보센터를 위탁 운영하고 있습니다. 알레르기질환의 유병율의 급격한 증가와 이로 인한 사회 경제적 손실 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실에서 알레르기질환에 관한 학술, 교육 및 연구활동 지원과 이들 질환의 예방을 위한 계몽 및 홍보 활동을 수행함으로써 국민 건강 증진과 복지사회 건설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하여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제 개인적으로는 알레르기비염 환자들에게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를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이면서도 안전한지에 대한 홍보 및 교육을 더 열심히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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