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식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대한췌장담도학회 이사장
스티브 잡스, 루치아노 파파로티, 패트릭 스웨이지. 우리가 사랑했던 인물들이 췌장암으로? 더 이상 곁에 있지 않다. 부와 명성도 췌장암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 요즘은 의학의 발전으로 더 이상 암은 완치 불가능한 병이 아니다. 그러나 유독 췌장암은 아직까지 5년 생존율이 10% 내외로 예후가 극히 불량하다. 아직까지 췌장질환 조기 진단을 위한 검진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 못해 진단이 늦고 그만큼 수술로 완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인에게 췌장은 생소한 장기다. 그러나 음식물을 소화시켜 영양분을 저장하는데 관여하는 소화기 장기이며, 동시에 인슐린 등 호르몬을 생성하는 내분비 장기이기도 하다. 췌장이 기능을 못하면 소화, 흡수가 저하돼 체중감소 및 영양실조가 되거나 당뇨병 등 중대한 질병을 유발한다.
췌장에는 암 외에도 췌장염, 췌장 낭종(물혹) 등이 발생하는데, 췌장염은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췌장염은 심한 복통을 수반하는 급성췌장염과 만성적인 복통, 영양실조를 수반하는 만성췌장염의 두 가지 질환으로 나뉜다. 급성췌장염은 음주, 담석 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은 응급실을 가야 할 정도의 심한 복통으로 시작하고 병의 경과가 다양하고 사망하는 예까지 있다. 이와 달리 만성췌장염은 보통 음주와 관련이 있고 원인 불명이거나 유전성 등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체중 감소와 지속적 복통이 주 증상이나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고 진행되면 당뇨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췌장암의 원인은 만성 췌장염, 유전과 관계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원인 불명이다. 흡연자는 만성췌장염과 췌장암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섭취한 음식을 소화시키는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장기이기 때문에 규칙적인 식사와 과식하지 않는 습관도 매우 중요하다.
췌장 질환, 특히 만성췌장염과 췌장암은 일반적인 혈액검사나 내시경 초음파 검사로는 발견이 쉽지 않아 일반 검진 프로그램에서는 발견이 어렵다.?복부 CT검사는 췌장을 검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원인 불명 체중감소와 소화불량의 지속, 60세 이상에서 당뇨가 처음 발생하는 경우에는 다른 검사와 함께 췌장에 대한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췌장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위에 언급한 소견이 있을 경우 여러 병원에서 검사 등을 반복하는 것보다 한 명의 주치의에게 지속적인 진료와 검사를 받는 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의사라도 처음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CT검사를 추천하지는 않지만 다른 검사를 하고 적절한 처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증상을 보이면 의심해야하는 것이 췌장질환이기 때문이다. 결국, 췌장을 건강하게 지키는 것은 절주와 금연, 주치의에 대한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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