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으로 우울증을 진단하는 키트를 국내 의료진이 개발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석정호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마인즈에이아이 대표) 등이 침에 든 코르티솔 호르몬(스트레스 호르몬)을 기반으로 우울증을 진단하고, 고위험군을 분류하는 진단 키트 ‘마인즈내비’를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마인즈내비는 설문 검사(프로브 검사)와 침에 든 코르티솔 수치를 분석하는 시스템으로 구성됐다. 기존의 우울증 진단 검사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500문항 이상의 설문 평가와 전문가 면담으로 이뤄진다. 자가보고 형식이어서 편향과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석 교수 연구진은 47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들 중 35명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임상심리전문가가 우울증으로 진단했다. 연구진은 심리검사와 함께 코르티솔 수치를 측정하기 위해 타액과 혈액을 채취했다. 이후 마인즈내비로 심리검사 결과와 생물학적 검사 결과를 통합 분석했다.

마인즈내비는 진단 대상을 비우울증 또는 우울증으로 나눈다. 심각도에 따라 우울증이 없는 사람은 건강(녹색)이나 유의(황색)로,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경도(주황색)와 중증(적색)으로 결과가 나타난다. 임상시험 결과 마인즈내비가 우울증을 진단하는 정확도는 97.9%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이 우울증으로 진단한 환자 35명을 모두 우울증 환자군으로 진단했으며(민감도 100%), 건강한 사람 12명 중 11명은 비우울증 환자군으로, 1명은 우울증 환자군으로 분류했다(특이도 91.7%). 우울 증상이 심할수록 코르티솔 수치는 낮았다.

석정호 교수는 “마인즈내비는 자가보고식 심리학적 분석에 생물학적 지표를 더해 분석하는 원리”라며 우울증을 이전보다 과학적,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3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지(Psychiatry Investigation)’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