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에게 심리상담을 받는 내담 고객에게 "꼭 사과를 받고 오라"는 특별한 숙제를 내드렸습니다. 그분은 작년부터 우울과 불안으로 불면에 시달렸고 견디다 못해 정신건강의학과에 갔다고 합니다. 몇 가지 심리검사를 한 결과를 갖고 진료실에 들어갔더니 의사가 바로 약을 처방해주더랍니다.
누구라도 그렇듯이 정신과 약에 대한 걱정이 들어 "혹시 이 약을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되는 건 아닌가요?"라고 물었답니다.
그 다음부터가 문제입니다. 의사는 화를 버럭 내면서 "내가 무슨 마약 파는 사람이냐!”라고 하더니, 죄송하다는 내담 고객의 말에는 "미안하다고 말하지 마라, 그거 본인 마음 편하려고 하는 소리 아니냐"라고 했답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고 설명하려고 했더니 의사는 또 "왜 내 말을 끊느냐. 그건 대답이 아니다. 사람이 말이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착하기만 해서..."라며 또 화를 냈답니다. 아마 그 분의 심리검사 결과를 본 모양이라고 했습니다.
의사는 "당장 나가라. 당신 아니어도 환자가 많다. 지금도 열명이나 기다린다. 일단 약은 지어줄테니 먹든지 말든지 해라"고 했답니다. 그 뒤로 마음의 병이 낫기는커녕 더 우울해져 남편과 지인 몇몇에게 말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고 마음은 점점 힘들어만 갔습니다.
충격을 받은거죠. 그 분은 그 뒤 지인의 소개로 저를 찾아와 상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상담을 하면서 얼마나 본인의 감정을 억압하며 살았는지, 그저 ‘나 하나 참으면 조용하다’는 생각으로 할 말도 못 하고 속으로 끙끙 앓으며 참아 왔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게 마음의 병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도 ‘할 말을 못 하는 것’이 마음의 병을 가져온다고 보았지요.
저는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억울한 감정을 솔직하게 얘기하도록 지지해드렸습니다. 그러자 내담 고객의 얼굴에 점점 화색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우울증 약도 다 끊었다고 했습니다. 처음 왔을 때와 달리 앞날에 대한 계획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엔 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찾아가 솔직하게 감정을 이야기할 것을 숙제로 내 드린 겁니다. 그 분은 너무 떨려서 한번은 갔다가 그냥 돌아왔답니다. 그래도 숙제이니 반드시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찾아갔고 "나에게 사과하시라!"고 당당히 요구했다고 합니다.
의사는 "미안합니다, 사과드립니다. 이젠 그 일 잊어버리고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하더랍니다. 사실 저는 의사를 믿었습니다. 우리 고객이 어려운 걸음을 하셨고 상처받은 마음을 잘 전달하면 그분도 전문가이니 사과하는 용기를 내주실 거라 믿었습니다.
나름의 이유와 상황이 있었다고 변명은 좀 하실지라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삶이 변할 거라는 걸 아셨을 겁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건 마음건강의 시작이며 마음의 코어 근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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