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안 하면 3개월 내 사망하는 갑상선암은?
갑상선암은 착한 암으로 알려져 있다. 갑상선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이 100.1%라는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갑상선암 환자는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과 생존율 차이가 없다.
하지만 무조건 낙관할 수는 없다. 갑상선암도 종류에 따라 위험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갑상선암은 분화 갑상선암, 미분화 갑상선암, 갑상선 수질(髓質)암 등으로 나뉘는 데 이 중에서도 미분화 갑상선암은 매우 위험하다. 전체 갑상선의 1%를 차지해 많이 생기지 않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3개월 이내 사망할 수 있으며, 치료한 환자도 1년 이상 생존율이 20%에 그친다.
이처럼 위험한 미분화 갑상선암이 기존 항암제에 높은 저항성을 보이는 이유를 국내 연구진이 처음 규명했다. 효과적인 치료 전략을 마련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유황성순 연세대 의대 의생명과학부 교수, 김석모·윤혁준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미분화 갑상선암이 항암제에 저항하는 원리를 찾기 위해 유전체 분석을 시행했다. 그 결과 갑상선 미분화 갑상선암에서 글루타민 분해 효소(GLS) 발현이 되는 비율이 분화 갑상선암보다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암세포는 생존하기 위해 글루타민을 주요 영양분으로 사용한다. 글루타민은 포도당 다음으로 많이 작용하는 세포 에너지원으로 꼽히며, 글루타민 분해 효소를 이용해 글루타치온(GSH)을 합성, 종양 세포에 각종 영양분과 에너지를 제공한다. 주요 암종에서 글루타민 분해 효소는 높게 나타난다.
연구팀은 글루타민 분해 효소를 억제해 암세포 영양 공급을 막으면 항암제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글루타민 분해 경로를 억제해도 미분화 갑상선암 세포는 여전히 살아남았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미분화 갑상선암이 ‘단일 탄소 대사 메커니즘’을 활용해 생존한다는 사실을 새로 알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글루타민 분해 효소 저해제(BPTES)와 단일 탄소 대사 메커니즘의 핵심 효소인 PHGDH를 억제하는 저해제(CBR-5884)를 동시에 투여하는 동물 실험을 시행했다. 그 결과, 암세포를 유지하는 활성 산소종(ROS) 균형이 무너져 암세포 사멸을 촉진했으며, 기존 단일 항암제를 사용했을 때보다 항암 효과가 50% 가량 향상된다는 사실이 관찰됐다. 또한 연구팀은 유전체 검사를 추가 실시해 갑상선 유두암에서 미분화 갑상선암으로 진행될수록 단일 탄소 대사 메커니즘이 강화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황성순 교수는 “글루타민 분해 및 단일 탄소 대사 메커니즘을 억제하는 신약 개발 연구가 해외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단일 탄소 대사 메커니즘은 항암제 저항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므로 이를 제어하는 신약 개발 후속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김석모 교수는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난치성 미분화 갑상선암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치료하고 있다”며 “글루타민 분해 효소와 PHGDH를 동시에 억제하는 병용 투여하는 새 치료 전략이 미분화 갑상선암으로 고통받는 많은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출판 그룹(NPG) ‘세포 사멸과 질병(Cell Death & Disease)’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