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이상의 췌장암 환자도 수술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고령의 췌장암 환자는 합병증 등을 우려해 수술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80세 전후 환자를 비교한 결과 수술 후 입원 기간이나 합병증 발생률, 생존율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간담췌외과 신상현 교수와 정혜정 임상강사 연구팀은 2009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10년간 췌장암으로 췌·십이지장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 666명을 분석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췌장의 머리 부분에 암이 생긴 환자에 시행하는 췌·십이지장 절제 수술은 췌장과 십이지장, 담도, 담낭 등을 복합적으로 절제해 연결한다.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이 최대 40%에 이르고 수술 중 췌장에서 구멍이 생기거나 혈관이 파열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의료진의 부담이 크다.
수술받은 환자의 생존 기간이 평균 12.6개월로 수술을 하지 않은 환자(3.5개월)의 4배에 달하는 등 수술의 이점이 있다는 게 의료계의 일반적인 평가지만 고령의 췌장암 환자는 수술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연구팀이 분석한 췌장암 수술 환자 666명 중 80대 이상은 3.6%(24명)에 불과했다. 2019년 국내 암 통계에서 췌장암 환자의 21.3%가 80세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연구팀은 고령의 나이가 수술을 포기해야 할 만큼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666명을 80세 미만(642명)과 80세 이상(24명)으로 나눠 예후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80세 미만 환자의 평균 입원 일수는 12.6일로, 80세 이상 환자 13.7일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합병증 발병률 또한 나이와 관계없었다.
전체 생존율 역시 80세 미만 18개월, 80세 이상 16개월로 비슷했다. 병이 진행하지 않은 채 생존하는 무진행 생존 기간도 11개월과 8개월로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80세 이상 환자 6명은 수술 후 24개월 이상 생존한 것으로도 보고됐다.
신상현 교수는 "췌장암에서도 건강상 다른 요인 없이 단순히 나이만 가지고 수술이 어렵다고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체력 조건이 뒷받침된다면 나이 때문에 수술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호주 외과학 저널(ANZ journal of surgery)‘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