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건강한 생존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
눈부신 경제성장 이면에 국민들의 정신건강은 더 취약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원인과 분석을 통해 치유하는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소민아 과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B&H코리아 박보현 대표(이하 박보현) 안녕하세요?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정신건강 진료뿐만 아니라 조사와 연구 등 대한민국 정신건강에 대한 광범위한 지원을 하는 기관인데 사실 국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합니다. 기관에 대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소민아 과장(이하 소민아) 국립정신건강센터는 1962년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정신병원으로 출발하여 정신질환 치료와 재활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2016년 3월 국립서울병원은 21세기 국민 정신건강을 책임질 새로운 기관인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재탄생했으며 이에 따라 의료부, 정신건강사업부, 정신건강연구소가 개편됐습니다. 2019년 재난 심리지원을 총괄하는 국가트라우마센터가 개설됐고 병원 이용객 및 지역사회 주민들을 위해 첨단의료장비를 구비하고 현대화된 개방형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저소득층 및 민간병원이 담당하기 어려운 환자에 대한 공공진료 확대로 진료기능이 강화된 의료부는 정신질환별 특화병동을 갖추고 전문화된 치료서비스와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복합질환(신체+정신)을 가진 환자를 위한 진료와 24시간 응급병상을 운영해 개인·사회적 정신건강 응급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연구소는 정신보건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살 및 폭력, 재난 충격과 같이 사회문제가 되는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와 정신보건정책을 위한 다양한 실용 임상연구, 국내 상황에 맞는 조기진단·평가·치료 프로그램 개발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2020년 우리나라 최초 정신병원내 음압병동을 설치했고 감염병 정신질환자 치료와 대국민 심리지원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기관 설립 60주년을 맞이하여 설립 의의를 기념하는 행사와 ‘국립정신건강센터 60년사’를 발행했습니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진료와 공공사업 연구가 연계되는 정신건강시스템을 구축해 검증 치료 및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박보현 경제가 발전할수록 삶은 더 풍족해지고 기대 수명도 늘어나지만 정신건강은 더 취약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OECD와 비교했을 때 대한민국 국민 정신건강은 어떤가요?
소민아 한국은 OECD 와 비교했을 때 평생 한번이라도 정신질환에 걸릴 확률이 27.8%, 정신장애를 진단받은 사람이 1년 동안 관련 전문가를 찾아가 서비스를 받는 비율이 7.2%로, 이는 OECD 주요회원국인 캐나다의 46.5%, 미국의 43.1%, 호주의 34.9%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 (10만명 당 26명)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OECD평균 자살률이 10만명당 11.1명인데 반해 한국은 2배 이상 높으며 국내 자살자에 대한 분석의 결과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정신적 문제(39.8%)로 꼽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7년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신건강 인식 조사 에서 ‘누구나 정신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질문에 10명 중 8명 이상이 동의(83.8%)했으나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위험한 편이다’라는 질문에 10명중 1명이 그렇지 않다(11.2%)고 답해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가 아직 매우 낮고 이로 인해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병원에 가는 것을 꺼려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정신건강에 대해 바로 알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한 정책수립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박보현 코로나 후유증, 스트레스와 우울증, 마약중독, 수면장애, 자살 등 정신건강 위험 신호를 곳곳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데. 국민정신건강을 위한 국가 정책과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소민아 국가발전 단계에 맞추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중에 대표적인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첫번째, 2020년 1월 이후 코로나 우울 등 확산에 대응하여 국립정신건강센터의 4개 국가트라우마센터 및 지자체 260개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참여하는 합동심리지원 대책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확진자 가족 대응인력, 격리자,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심리지원 정보제공 및 고위험군 상담 및 연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대규모 재난 현장 및 심리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전문가들이 직접 찾아가는 심리지원 서비스인 ‘마음안심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버스를 개조하여 이동형 상담실, 스트레스 측정기계 등을 탑재해 정신건강전문가들이 심리상담 및 평가를 진행해 필요시 의료기관등에 의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번째, ‘국가정신건강정보 포털’을 개설하고 ‘정신질환 인식개선 주간’ 행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 관련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접근성이 낮고 부정확한 정신건강정보와 편견에 노출이 되어있다는 점에 착안해 대한신경정신 의학회가 집필하고 감수해 질환별정보(30종), FAQ(50개), 코로나 우울 관련 질환 정보 동영상 등을 시작으로 2021년 2월 1일부터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을 개설한 이후 국가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정신건강사업관련 컨텐츠를 업로드(웹툰, 칼럼 등) 중에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역 내에서 정신건강 관련 의료기관 등의 정보 및 마약류치료가 가능한 기관에 대한 정보검색기능 등 국민의 수요에 맞추어 내용을 최신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의 날(10월 10일) 전후하여 2주를 ‘정신질환 인식개선 주간’으로 지정해 국민들을 대상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돕고 마음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홍보하고 있습니다.
네번째, 자살예방전문상담전화(1393)의 운영을 통해 우울, 자살, 자해 등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전문 무료 상담전화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부정적 생각을 실행으로 옮길 경우에 대비해 발신자의 위치와 가까운 전문기관과 연결하기 위해 위치추적에 대한 동의를 구하기도 합니다.
다섯째, 치료비지원사업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및 비용부담 등으로 치료시기를 놓쳐 주요 정신질환이 중증 만성질환으로 진행되는 것을 방지합니다. 발병 초기 및 급성기에 처해있는 환자분들의 집중적인 치료를 지원하는 제도로, 자타해 위험성이 있는 정신적 응급상태에 처한 환자의 입원비 및 외래 치료비 및 외래 치료비 본인일부부담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박보현 정신건강을 위한 국가와 사회의 지원뿐만 아니라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가장 많은 정신건강 질환과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씀주세요.
소민아 가장 흔한 질환중의 하나는 우울증으로 여성의 경우 평생 사는 동안 10~25%, 남성의 경우 5~12%정도가 적어도 한번은 우울증에 걸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울증을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정기적인 자가 검진과 긍정적인 마음으로 밝게 웃기, 지나친 음주와 흡연을 삼가기, 균형 잡힌 식사하기, 사람들과 만남 갖기, 규칙적인 수면습관 갖기, 규칙적인 운동하기, 우울증에 대해 바로알기, 필요할 때 도움 요청하기 등이 있습니다.
스스로 체크할 수 있는 우울증(한국판 CES-D척도)은 지난 일주일동안 본인의 상태에 대한 다음의 20가지 질문이 얼마나 자주 일어났는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을증 체크리스트> 질문내용을 확인해보세요. 20개 항목에 대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에 대해 0~3점 사이를 매기고 총점을 합산하여 15점 이하라면 정상, 16~20점 사이라면 경미한 수준의 우울감, 20점 이상이면 중한 우울이상으로 보고 전문가와 상의하실 것을 권유합니다.
우울증 체크리스트
0점: 극히 드물게(1일 이하)
1점: 가끔(1~2일)
2점: 자주(3~4일)
3점: 거의 대부분(5~7일)
1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일들이 괴롭고 귀찮게 느껴졌다.
2 먹고 싶지 않았고 식욕이 없었다.
3 어느 누가 도와준다 하더라도 나의 울적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을 것 같았다.
4 무슨 일을 하던 정신을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5 비교적 잘 지냈다.
6 상당히 우울했다.
7 모든 일들이 힘들게 느껴졌다.
8 앞일이 암담하게 느껴졌다.
9 지금까지의 내 인생은 실패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 적어도 보통 사람들만큼의 능력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11 잠을 설쳤다(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12 두려움을 느꼈다.
13 평소에 비해 말수가 적었다.
14 세상에 홀로 있는 듯한 외로움을 느꼈다.
15 큰 불만 없이 생활했다.
16 사람들이 나에게 차갑게 대하는 것 같았다.
17 갑자기 울음이 나왔다.
18 마음이 슬펐다.
19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20 도무지 뭘 해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박보현 정신건강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다양한 캠페인과 국민참여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아는데 소개 부탁드립니다.
소민아 정신병원 및 질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개선을 위해 병원 이용객 및 지역주민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은 음악회를 매주 수요일 개최하고 있습니다.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낮추기 위해 국립정신건강센터 ‘Gallery M’에서 발달장애인부터 성인정신장애인에 이르기까지 정신장애인들이 직접 그린 작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사전 예약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외부플랫폼 연계를 통해 올바른 정신건강 및 인식개선 내용을 홍보하고 있으며 일반인들이 흔하게 경험하거나 화제가 되는 정신질환 주제를 카드 뉴스나 영상으로 만들어 국립정신건강센터 온라인 SNS채널에 게재해 정보 제공을 하고 있습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1년에 2번씩 정신건강 관련 주제로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를 대중들과 공유하기 위해 SRT, KTX 매거진 내 북인북 형태로 정신건강소식지 ‘마음로그인’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매년 세계 정신건강의 날, 세계 자폐인의 날, 트라우마주간 등을 기념해 대중들이 같이 참여할 수 있는 마음투자 힐링 토크 콘서트 등 정신건강 인식개선 프로그램 및 이벤트 등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보현 건강한 대한민국을 위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선진국들의 성공사례는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소민아 정신건강은 다른 어떤 건강의 영역보다 여러 분야의 협업과 ‘지속적’ 관심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선택해왔습니다. 전쟁 이후 세계무대에 후발주자로 한정된 사회자본을 갖고 뛰어들어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가 성공해온 중요한 전략이었고 유효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전쟁 이후 황폐했던 시기에 보건의 여러 영역 중 제일 시급한 감염병과 위생관리 프로젝트에서 전쟁 이후 폭발적인 인구의 증가시기엔 ‘산아제한’ 프로젝트에 그 역량이 투입됐고 유효하게 작동했습니다. 물론 최근 ‘COVID-19’ 대응 시에도 이 전략은 제대로 작동을 했고 특히 초기 대응기에는 국제적인 우수사례로 꼽히기도 했고요.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비만, 고혈압, 당뇨, 흡연, 결핵 등 공중보건의 이슈는 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만 과거 보건의 주요 아젠다에 들어오지 못했던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IMF 이후 가파르게 올라가는 자살 문제를 시작으로 대중에게 부각되기 시작합니다. 이후 사회를 흔들었던 큰 사건인 세월호, 포항 지진, 코로나19, 그리고 가장 최근의 이태원 참사 등의 국가적 대응에는 이젠 디폴트로 정신건강의 문제가 정부 대응에도 들어갑니다.
저는 조금 오래되긴 했습니다만 영국의 “No health without mental health”라는 슬로건을 차용하고 싶습니다. 이는 모든 건강의 기본은 정신건강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선택과 집중의 시대에서 어느 한때에 그치지 않는 지속적인 관심과 보건의료전문가만의 리그가 아닌 일반 시민들과 다양한 오피니언 리더들이 우리사회의 건강한 생존과 행복을 위해 같이 협업하며 정신건강을 위해 걸어갔으면 합니다. 그 가운데에 ‘국립정신건강센터’가 방향을 제시하고 전문가들의 협업의 플랫폼으로서 활발하게 작동하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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