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치매 환자는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다고 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으며, 그 증가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편이다. 치매는 환자뿐만 아니라 같이 안고 가야 할 가족의 역할도 중요한 질환이다. 매년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치매를 예방하고 건강한 일상생활을 이어가기 위한 방법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한의사인 킴스패밀리의원·한의원의 김시효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Q. 메디우스 퀸: 안녕하세요, 치매 명의이신 김시효 원장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원장님께선 ‘양방전문의가 한의사가 된 1호’로 알려져 계십니다. 현재 양한방을 융합해 새로운 치료를 시도하는 킴스패밀리의원·한의원을 운영하고 계신데요, 원장님과 병원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킴스패밀리의원·한의원 김시효 원장(이하 김시효):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개업 중인 2000년에 한의대를 졸업하고 한의사도 되었습니다. 양한방의사로 20년 이상 의학 지식과 한의학적 지혜를 융합한 새로운 시각으로 치매, 암, 루게릭병, 아토피, 류마티스, 만성 대상포진, 불임 같은 난치병을 풀어가고 있습니다.
Q. 메디우스 퀸: 원장님께서는 <장모님의 예쁜 치매>, <뇌세포 재활로 치매치료 가능하다> 등 치매와 관련된 많은 저서를 집필하셨고, 치매 예방을 위한 인터뷰와 칼럼, 강연 등 활발할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특히 치매를 비롯한 뇌질환과 각종 난치병 치료에 앞장서며 연구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김시효: 한약으로 치매를 비롯한 난치병 치료에 큰 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한의학 이론을 현대의학으로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한의학 이론대로 한약을 쓰면 드라마틱한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의학적으로 인식되지 않는, 즉 의학적 인식의 저편이 존재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의학은 근거를 바탕으로 인식을 합니다. 근거가 나타나지 않는 부분은 한의학적 사고인 비유와 추리를 통해 인식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병으로 인식이 되어야 치료가 가능합니다. 대부분 난치병은 의학적 사고로 인식이 잘 안 되는 병입니다. 특히 뇌질환과 난치병은 의학적 인식의 저편이 많습니다. 이런 깨달음을 확신으로 바꿔주신 분이 장모님입니다. 79세에 대학병원에서 알츠하이머치매로 진단받으시고 양약을 드셨지만, 3년이 조금 지나면서 중기 치매로 악화됐습니다. 이후 집으로 모시고 한약으로만 치료해 기대 이상으로 좋은 효과를 경험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장모님의 예쁜 치매>를 출간했습니다. 2021년에는 치매 환자와 가족에게도 희망을 주려고 한약으로 치료가 잘된 환자를 분석하여 <치매를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한약의 치료 효과가 좋았던 이유는 의학과 달리 한의학은 병을 이해하는 다양한 패러다임을 수용하기 때문입니다. 근거에만 집착하지 않습니다. 인식의 저편은 인식의 이편처럼 누구나 똑같이 알 수 있는 지식의 세계가 아닙니다. 인식하는 사람마다 다양한 인식이 가능한 세계이며 지혜로 접근할 수 있는 세계입니다. 한의학적 지혜가 도움이 됩니다.
Q. 메디우스 퀸: 최근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부모와 자녀가 독립되어 살다보니 부모님의 초기 변화를 모르고 지나가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건망증인지 치매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은데,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의심할 수 있는 초기 증상은 무엇인가요?
A. 김시효: 치매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이 치매가 되기 전에도 나타납니다. 다만 심한 정도와 발생 빈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정도가 심해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할 능력이 심하게 떨어지면 치매입니다. 이런 이유로 치매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 번째는 기억력이 심하게 나빠집니다. 기억력이 떨어지면 최근에 본인이 경험한 일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대부분 ‘깜빡거린다’고 표현합니다. 비교적 중요한 과거 기억은 온전한 편이지만 시시한 기억은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금 전화 통화를 하고 나서 전화를 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거나, 한 말이나 물었던 말이 기억나지 않아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밥을 먹고 또 먹을 수 있으며, 같은 물건을 계속 사 오거나 양치질을 하고 또 하는 등의 편집증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물건을 엉뚱한 곳에 두고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밤새 찾거나 남이 훔쳐 갔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본인이 한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기억이 나지 않아 딱 잡아떼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시간의 흐름을 알지 못해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거나 아침과 저녁을 구별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공간기억력이 떨어져 길을 잃기 쉽습니다. 치매가 되면 늘 다니던 노인정에서 가끔 집을 찾아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치매가 되기 전에도 초행길이나 먼 길에서 길을 잃을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언어능력이 떨어집니다. 이해력, 소통능력이 떨어집니다. TV도 이해가 필요한 드라마보다는 오락물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매가 되기 전에도 언어능력이 떨어진 티가 납니다. 물건이나 사람의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언어와 관련된 능력으로 계산력, 경제 개념, 사고력, 집중력 등이 떨어집니다.
다섯 번째는 시공간 이해능력이 떨어집니다. 눈에 보이는 공간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이로 인해 실족하거나 낙상이나 교통사고의 원인이 됩니다. 대체로 초기보다는 치매가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섯 번째는 일상생활 능력이 떨어집니다. 평소 해오던 설거지나 집안 정리가 힘들어집니다.
일곱 번째로 성격이 나빠집니다.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고 화를 잘 내거나 본인의 충동대로 합니다.
여덟 번째, 노인성우울증이 심해지거나 갑자기 밖으로 나가지 않거나 의지나 의욕이 줄어듭니다.
아홉 번째, 눈치가 떨어집니다. 상황에 맞게 임기응변으로 대처하지 못합니다.
열 번째, 행동이 느려지거나 종종걸음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치매는 아닙니다. 본인이나 가족을 위해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데 큰 지장을 줄 정도가 되어야 치매입니다. 이런 세세한 내용을 모르더라도 예전과 달리 많이 바뀌거나 못해진 것이 있으면 치매를 의심해 봐야 합니다.
Q. 메디우스 퀸: ‘치매는 불치병’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치매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모두 완치가 불가능한가요? 경우에 따라 진행되는 킴스패밀리의원·한의원만의 치료 방법이 궁금합니다.
A. 김시효: 치매는 불치병이 아니라 난치병입니다. 다른 질병이나 원인으로 치매 증상을 일으키는 ‘기타 치매’는 원인 질환을 제거하면 완치가 될 수 있습니다. 혈관치매는 혈관질환을 잘 관리하면 더 이상 악화되지 않습니다. 킴스패밀리의원·한의원에서는 여러 가지 한약으로 뇌세포 재활치료를 합니다. 뇌세포 재활치료는 의학적인 개념이 아니라 의학 지식과 한의학적 지혜를 융합한 새로운 시각으로 개발한 킴스패밀리한의원의 치료법입니다.
의학적으로 뇌세포 재활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치매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나 세포 내 찌꺼기 성분인 타우단백과 같은 한두 기지를 주로 치료하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약으로 하는 뇌세포 재활치료는 다양하고 수많은 자질구레한 대상을 치료하는 개념입니다. 뇌세포를 집으로 비유해 보겠습니다. 치매가 될 정도로 뇌가 늙으면 철거한 집처럼 사멸한 뇌세포가 많아지고, 사람이 살기 힘든 폐가처럼 좀비 뇌세포가 많아지고, 낡은 집처럼 활력이 떨어진 뇌세포가 많아집니다. 사멸한 뇌세포를 대신할 새로운 뇌세포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즉 뇌세포는 재생이 거의 안 됩니다. 폐가와 같은 좀비 뇌세포는 수리 즉, 재활치료를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낡은 집은 여기저기를 손보면 쓸만한 집으로 바꿀 수 있는 것처럼 활력이 떨어진 뇌세포도 여기저기를 조금씩 치료하면 활력을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치매 치료는 물론 치매 예방을 위해서도 뇌 보약이 필요합니다.
Q. 메디우스 퀸: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치매 환자를 둔 가족으로 살아가기 위해 집안일, 소지품 관리, 식사, 의사소통, 정서 관리 등 치매환자의 일상생활을 관리하기 위한 방법이나 유용한 정보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김시효: 진심으로 대해야 합니다. 비록 여러 가지 인지 기능이 떨어졌어도 자존심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를 막 대하면 안 됩니다. 자존심이 상하거나 불만이 생기면 잠을 자지 않고 고약한 행동을 보이거나 증세가 갑자기 나빠질 수 있습니다. 환자를 타박하면 안 됩니다. 모든 것이 낯설고 불안한데 야단을 맞으면 자신감을 잃게 되고 증상이 악화됩니다. 환경 변화를 줄이고 일상의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친구나 친지가 찾아오거나 평소와 다른 환경 변화 등으로 나름 집중을 많이 하고 나면 갑자기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일상과 다른 환경은 되도록 적게 만들어야 합니다.
Q. 메디우스 퀸: 현재 우리나라의 치매환자 증가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편이라고 합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다고 할 정도로 치매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중요한 조기 예방을 위한 식품이나 방법은 무엇인가요?
A. 김시효: 치매 예방 노력은 빨리 시작할수록 좋습니다. 치매 예방을 위해서 중요한 것은 머리의 혈액순환이 잘되게 하고, 머리를 열심히 사용하고, 발생하는 활성산소나 독소를 빨리 제거하고 뇌의 불필요한 전기적 흥분을 정리해야 합니다. 이러기 위해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고, 열심히 운동하고, 술이나 담배, 물리적 손상으로 뇌를 다치지 않게 해야 하고, 과도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여야 합니다. 이 중에서도 잘 먹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잘 먹는다는 것은 산해진미를 많이 먹는 것이 아닙니다.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하지 않게 골고루 먹는 것이 좋으며, 많이 먹는 것보다 조금 모자라게 먹는 것이 좋습니다.
Q. 메디우스 퀸: 원장님께서는 꾸준히 저서도 집필하시면서 유튜브 채널 ‘김시효 양한방tv’를 통해 치매 관련 정보뿐만 아니라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제공해주고 계시는데요, 마지막으로 원장님께서 목표하고 계신 일이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김시효: 치매를 비롯한 난치병을 치료하는 좋은 길을 찾고 싶습니다. 고정관념이 난치병을 만듭니다. 병의 근거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병이 없거나 병이 아닌 것이 아닙니다. 이런 병이 아닌 상태인 미병을 미리 치료해야 하는 것과, 병의 원인이 한두 가지가 잘못되어 생기기보다는 낡은 집처럼 여기저기가 약해져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이해해야 난치병을 치료하는 길이 보입니다. 소소하지만 많은 치료 대상(multiple minor therapeutic target)을 치료하는 것은 보약입니다. 반면에 병의원에서는 하나의 주된 치료 대상(one major target)을 치료합니다. 낡은 집은 기둥 하나 갈아 끼우거나 서까래나 창틀 하나를 갈아 끼운다고 고쳐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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