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의료기관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은 네 차례나 국제적인 의료안전 인증기관인 JCI의 인증을 취득하고 다수의 센터를 통해서 환자 중심병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급 종합병원이다. 환자를 위해 다양한 측면에서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박종훈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병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박종훈 병원장은
現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장, 現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정형외과학교실 교수, 고려대학교 의무기획처장,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진료부원장,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적정진료관리위원장, 고려대학교의료원 대외협력실장,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형외과 임상부교수 및 안암병원 진료협력센터장, 한국원자력의학원 원자력병원 정형외과 3과장 겸 홍보실장, 분당제생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원자력병원 전임의, 아산생명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 아산재단 서울 중앙병원 전임의, 경상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전임의, 정형외과 전문의, 고려대학교의료원 정형외과학교실 전공의, 고려대학교의료원 인턴수료,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생화학 박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생화학 석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비상임이사, 중앙행정심판위원회 비상임위원, 보훈의료전문위원회 위원장, 서울시의사회 학술이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의료분야 광고 심의 전문위원, 한국원자력의학원 이사, (사)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장, 국방부 전공사망심의 위원회 위원, 대한골연부조직이식학회 감사,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의약품부작용전문위원회 전문위원, 한국원자력의학원 이사,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 회장, 대한골연부조직이식학회 회장
B&H코리아 박보현 대표(이하 박보현) 고려대학교병원은 ‘환자가 신뢰할 수 있는 환자중심병원’을 지향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하여 전 세계가 메디컬과 헬스케어에 관심이 많고 이에 발맞추어 메디컬 기술과 서비스도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요. 원장님의 간단한 소개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종훈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병원장(이하 박종훈)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병원장 박종훈입니다. 제가 2018년에 병원장이 되면서 내세웠던 키워드는 ‘환자가 신뢰할 수 있는 환자중심병원’입니다. 신뢰라는 키워드는 앞으로의 시대정신을 무엇으로 가져갈 것인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최첨단, 환자 우대 서비스가 시대정신이었고 여기에 발맞춰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병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2020년대가 되면 그런 것들이 변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첨단과 환자 우대 서비스는 의료기관의 시설이나 장비 등이 열악하거나 환자를 친절하지 않게 대하는 것에 맞는 키워드인데, 이제는 많은 대학병원이 미국의 어느 병원에도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첨단장비를 다 보유하고 있고 서비스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최첨단, 환자 우대 서비스라는 말이 차별성에서 큰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잘 할 수 있고 시대정신에 맞는 것을 생각하다 보니 의료사고와 과잉진료가 없는 ‘환자가 신뢰할 수 있는 환자중심병원’을 키워드로 내세우게 되었습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은 현재 환자중심병원이라는 키워드에 맞게 많은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박보현 원장님께서는 환자중심병원과 안전, 신뢰를 목표로 무수혈 센터, 키노디자인센터(K-inno Design Center)를 새롭게 개소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센터에 대한 소개와 이를 통해 어떤 점이 변화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박종훈 어느 병원이나 환자중심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환자들은 여전히 병원의 문턱이 높다하고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하는데 무엇으로 환자중심병원이라 이야기를 하는가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우연히 미국의 의료기관 인증평가 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에 대한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좋은 의료기관이라고 하는 기준을 우리나라의 기준과 비교해 볼 때 미국에서 이야기하는 기준이 맞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의료사고를 줄이려는 노력을 많이 하지 않았고, 의료사고가 생겨도 근본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가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죠.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개인의 역량,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봐왔지만 미국의 의료기관은 그렇지 않습니다. 근본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을 하고 70% 정도는 충분히 시스템적으로 예방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의료사고가 없는 문화가 선진국입니다. 기술 자체는 초고층빌딩을 세울 수 있지만 간혹 다리가 무너진다면 선진국이라고 이야기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의료사고를 줄이기 위해 시작했던 것이 수혈을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2012년에 유럽에서 수혈을 신중하게 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것이 환자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선진국 레벨에 맞는 수혈문화를 만들고자 지난 2019년 무수혈 센터를 개소했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무수혈 센터가 있었지만 특정 종교인만을 위한 것이었지 일반 환자들을 대상으로는 운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반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수혈 센터를 개소하고 아시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하는 최소수혈 외과병원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대부분의 대학병원들은 수술 수기에 차이가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면 국민이 볼 때 똑같은 수술을 하는데 어디를 찾아갈 것인가를 놓고 생각해 보자는 것이죠. 즉 지방에 있는 시골병원의 환자가 암에 걸려 서울의 병원에 와야 할 경우 병원을 선택하는 기준에 있어서 최소수혈을 염두에 두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똑같은 수술이지만 고대병원에서 수술하면 거의 수혈 없이 할 수 있다’라는 인식이 형성되고, 국민들이 수혈을 많이 받는 것은 안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합쳐지면 고대병원을 선호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최소수혈외과 병원을 위한 무수혈 센터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무릎인공관절수술의 경우 심평원에서 공개한 데이터로 전문병원에서는 73%가 수혈을 하고 상급 종합병원은 평균 40%가 수혈을 하고 고대병원이 3.8%가 수혈을 합니다.
지난해에도 저희 병원에서 많은 환자들이 무릎인공관절수술을 했지만 수혈을 한 환자가 굉장히 적고, 그 덕분에 감염율도 훨씬 적습니다. 같은 수술을 해도 수혈을 하지 않는 곳이 있어야 하고, 저는 그것이 바로 대학병원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수혈로 인해 전쟁터에서 많은 생명을 구하게 되면서 수혈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선진국도 정부차원에서 바꾸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수혈이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고 수혈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그 롤 모델이 고려대학교병원입니다.
이외에도 키노디자인센터는 이미 다른 대학병원에 디자인씽킹센터라는 것이 있었고 제가 늦게 도입을 하게 된 센터입니다. 디자인씽킹이 조금 생소한 말이긴 하지만 미국의 대형병원에서는 디자인씽킹센터가 큰 조직으로 되어 있는 곳이 많습니다. 디자인씽킹은 경영기법, 환경개선 등 의료전반에 적용이 되는 것인데 일방적으로 CEO가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 디자인을 바꿀 때 그 장소와 관련된 모든 부서의 사람들 심지어는 환자들까지 동참하여 워크숍을 하여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시뮬레이션을 하는 일종의 경영기법으로 환자중심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키노디자인센터를 통해 환자와 보호자 중심으로 의료 환경을 전환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환자중심병원이라는 타이틀에 맞춰 나아가고 있습니다.
박보현 고대안암병원은 서비스 질 향상과 의료서비스의 신뢰도 향상을 위한 디지털 의료 서비스에 앞장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음성인식 의무기록 작성을 실현하는 Voice EMR을 적용함으로써 어떠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또한 국내 최초로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P-HIS)으로 전환하였는데 어떠한 형태의 시스템인가요?
박종훈 Voice EMR은 은평성모병원의 권순영 원장님이 먼저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환자 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기록을
중요시하기 시작하다 보니 의료진들이 환자 곁에 있어야 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기록을 하는 것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말만하면 자동으로 간호기록이 입력이 되는 널싱레코드(nursing record)는 권순영 원장님이 개발하고 계실 때 처음 접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널싱레코드에 기록해야 할 카테고리가 굉장히 많다는 점인데, 아직은 자동으로 구별을 하지 못해 간호사가 이어폰으로 환자와 대화를 하면서 구별할 수 있는 사인을 줘야 합니다.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속도는 타이핑 치는 것과 거의 같고 에러는 더 적으며 한글과 영어를 구별해냅니다. 또 하나 놀라운 점은 사전에 목소리를 녹음해두면 5명의 의료진들끼리 대화를 할 때 각각의 목소리를 저장한다는 것입니다.
은평성모병원에서 널싱레코드에 중점을 둔다면, 저희는 의사에게 중점을 둡니다. 영상의학과 의사가 판독을 하거나, 수술실에서의 수술 기록 등은 고려대학교에서 먼저 개발을 하기 시작해 이미 현장에서 적용 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자판이 없어야 합니다. AI를 바탕으로 내가 입력한 것을 구분만 해주면 자판이 필요 없기 때문에 앞으로의 개발을 통해 이것이 더욱 활성화 되면 의료진들이 환자들에게 더 시간을 낼 수 있다고 봅니다.
P-HIS는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해서 의료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 활용할 수 있는 정밀 의료 병원정보 시스템입니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EMR(전자의무기록)시스템이 호환이 되지 않고 다 다릅니다. 그렇게 되면 의료정보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에서 시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공통된 플랫폼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저희 병원에 런칭하여 시작했고 앞으로 고려대학교병원 전체에 적용이 되면 그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이 보완, 수정될 것입니다.
박보현 세계 각국에서 의료홍보 및 봉사활동 등을 통해 한국 의료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고대안암병원에서 한국 의료의 글로벌화를 위한 계획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종훈 처음 해외 환자 유치를 시작할 때 우리 교민들을 대상으로 미국시장을 보았습니다. 미국의 교민이 중증질환에 걸려 고국의 병원을 찾게 되었을 때 가장 선호하는 병원이 고대병원이 되어야겠다는 것이 저의 목표였습니다. 미국 시장은 여러 가지 문제로 진행이 잘 되지 않았지만 그 이후에 몽골, 우즈베키스탄, 러시아를 시작으로 2013년에는 중동으로 확대를 했습니다. 고대안암병원이 그동안 병실의 수준이 중동사람들에게 맞지 않아 환자를 받는 데 한계가 있었는데,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최첨단융합복합의학센터 제일 위층에 중동 지역 환자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병실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병실의 수준도 갖추어지면 ‘Global Patient Safety(환자 안전)'의 가이드라인에 맞는 병원이라는 점에서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인지도가 조금씩 높아지면서 격리를 저희가 책임지는 조건으로 카타르나 사우디아라비아 쪽에서 중동 환자들이 오고 있습니다.
박보현 환자중심병원을 목표로 이끌어 가시는 원장님께서는 앞으로 고대안암병원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박종훈 향후 미국 시장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미국 교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병원이 고려대학교 병원이 되어야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이라는 말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점에 방점을 두고 있어 신관을 지을 때 입구 최상의 위치에 국제진료센터를 배치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것은 ‘Gender Surgery’입니다. 트렌스 젠더들의 문제를 의료적 측면에서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우리나라 환자들이 외국에서 수술 받는 유일한 분야가 트렌스젠더 수술이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누군가가 젠더 의학을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에 유럽이나 미국의 의료기관을 벤치마킹하여 아시아 최고의 젠더수술을 하는 병원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환자 안전, 아시아 최고의 최소수혈외과병원에 이어서 아시아 최고의 젠더수술병원으로 만드는 것이 고려대학교병원의 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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