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사망 원인 '악액질', 증상과 치료 방법은?
TV 드라마나 영화에 암 투병 중인 주인공이 가끔 등장한다. 살이 빠지고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피부가 검게 변해 병색이 완연한 모습이 많다. 실제 암 투병 중인 환자가 너무 수척해져 몰라볼 정도로 변하기도 한다.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 스트레스로 인한 위장 기능 저하, 암 세포의 대사 작용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처럼 체중이 감소하고 지방 조직과 근육량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상태를 ‘악액질(cancer cachexia, 캔서 카켁시아)’이라고 부른다.
악액질은 모든 종류의 암에서 나타나는데 위암, 대장암, 췌장암, 폐암 환자의 50~80% 정도에서 나타난다. 대부분 “입맛이 없어 못 먹겠다”로 시작되는데 구토, 오심 등이 겹치면서 어느 순간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식욕도 거의 없어진다. 중증 이상이 되면 수액을 투여해도 소용없는 상황이 된다. 대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영양소가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고 곧바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악액질은 삶의 질을 크게 낮출 뿐 아니라 항암치료 효과를 떨어뜨리고 각종 합병증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악액질은 암환자 사망 원인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암 치료 중에는 악액질 상태가 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극복하도록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악액질 상태가 되면 단백질을 포함한 영양소를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게 중요하지만, 항암치료 등으로 위장 기능이 떨어진 데다 대사 작용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많이 먹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박춘묵 더맑은클리닉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영양 주사와 약물 치료, 음식 섭취, 적절한 운동을 함께 고려하는 기능의학적 접근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의료진의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음식 섭취가 불가능한 중증인 경우 정맥 혈관을 통한 영양 주사를 고려해봐야 한다. 섭취가 간편한 음료 형태의 관급식용(경장) 영양액을 선택할 수도 있다. 3대 영양소인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과 미세 영양소인 비타민, 미네랄을 적절하게 배합한 균형식이기 때문에 환자의 체중, 연령과 질환 상태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음식을 섭취할 때는 한 번에 먹는 양을 적게 해서 섭취 횟수를 늘리고, 차츰 섭취량을 늘리는 게 좋다. 음식의 종류는 가급적 단백질과 소화가 잘 되는 야채가 좋지만, 잘 먹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입맛에 맞는 것 위주로 구성해야 한다. 몸 상태에 맞는 근력 운동도 병행해야 하며 스트레스도 피해야 한다. 의료진 도움을 받아 싸이모신 알파 같은 면역증강 주사치료, 비타민C, 오메가3 섭취도 함께 고려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