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 수술은 간암의 높은 재발률을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다. 최근 세계 최초로 상처와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회복 기간을 단축하는 수혜자 순수-복강경 로봇 간이식 수술이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서울대학교병원 서경석 교수를 만나 불가능하다고 알려졌던 수술이 가능해진 요인과 방법, 그리고 간이식 수술 후의 합병증과 관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Q. 메디우스 퀸 : 안녕하세요. 교수님께서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최초 ‘분할 간이식’, ‘보조 간이식’, ‘최연소 간이식’, ‘복강경 간이식’, ‘심장사 간이식’까지 3500여 건 이상의 간이식 수술 경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간담췌외과의 수장이자 간암 수술계의 세계적인 대가이신 교수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교수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서경석 : 서울대학교병원 교수(이하 서경석) 저는 외과를 전공했고 1993년도에 발령을 받아 지금까지 주로 간 수술만 했습니다. 간암이나 다른 간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간절제 수술과 간이식 수술을 많이 하는 편이죠.
저 같은 경우 간담췌외과 분과지만 그중에서도 간만 하는 분야를 전공해 간과 관련된 것만 집중해서 수술하다 보니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기존에 다른 치료법이 없어서 사망하는 사례를 보며 외과적으로 못하던 수술을 개발해 환자의 생명을 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환자들이 아프고 무서워하고 흉터도 남는 외과수술을 편안하게 받으면서 후유증도 없고 흉터도 최소화하는 수술법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새로운 수술 방법을 기획하고 여러 차례 동물실험을 통해 가능성을 본 후 수술에 임했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여러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했고 복강경 수술 등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여러 생명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Q. 메디우스 퀸 :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순수 복강경-로봇 수혜자 간이식 수술까지 성공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던 수술을 시도할 수 있었던 배경이나 가능할 수 있었던 요인, 그리고 기존 수술과 비교하여 수술 방법이나 합병증 등 어떤 점이 다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서경석 : 원래 간이식 수술은 배에 매우 큰 상처를 내서 수술하는데 가끔 상처가 부풀어 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공여자의 경우 원래 정상인인데 괜히 수술을 받고 잘못되면 안 되잖아요. 수술 후 간기능은 다 회복되지만 되돌릴 수 없는 흉터가 남으면 의사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상처를 줄이기 위해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을 공여자부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순수-복강경 수술이라고 해서 복강경으로 어느 정도 다 하고 10~12cm 정도 팬티라인 안쪽으로 절개해 간을 꺼내는 방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수술 자국을 잘 찾지 못할 정도로 예후가 아주 좋습니다.
사실 이 복강경을 이용한 간이식 수술이 굉장히 어려운 수술입니다. 출혈도 없어야 하고 혈관이나 담도를 온전하게 분리해야 하고 상처를 내지 않고 잘 유지하면서 절제를 해야 돼요. 그런데 우리 병원에서는 공여자의 거의 90%를 다 복강경을 이용해 수술할 만큼 표준화가 되었습니다. 100례, 200례, 500례 넘게 했고 개인적으로는 400례 정도 수술을 했기 때문에 가장 많이 한 거죠. 그러면서 기술과 노하우, 특히 해부학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공여자 수술이 점점 개발되고 표준화가 되다 보니 더 어렵지만 수혜자에게도 적용하게 됐습니다.
공여자의 간은 대개 상태가 괜찮아서 수술하기 큰 문제가 없어요. 반면 수혜자의 간은 경변이 왔고 혈액 응고도 안 되고 정맥류라고 부르는 커진 혈관을 잘못 건드리면 안 되기 때문에 공여자보다 특히 더 까다롭고 쉽지 않은 수술입니다. 수술 방법은 떼어낸 간을 공여자처럼 팬티라인 안쪽의 안 보이는 곳으로 꺼내서 다시 그곳으로 공여자의 간을 집어넣어 복강경으로 수술합니다. 아니면 문합을 해야 하는데 혈관과 혈관을 붙이는 과정을 로봇으로 부드럽게 할 수 있습니다. 특히 2~3mm 되는 동맥을 잇기 때문에 로봇을 쓰면 좀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 기존의 수술보다 환자의 회복도 빠르고 통증도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 완전 표준화된 건 아니고 우리 병원에서만 하는 수술 방식이지만 이제 점점 개발해서 점차 표준화시켜 나가야죠.
Q. 메디우스 퀸 : 대개 공여자는 정상인인데 수혜자들은 질환을 갖고 계시잖아요. 그러면 수술이 굉장히 까다로울 텐데요. 환자들이 복강경 간이식 수술을 받고 싶다고 해서 모두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가능한 경우가 따로 있나요?
A. 서경석 : 아직 그 부분에 대해서 정확히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일단 너무 심하게 간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복수가 많거나 정맥류가 많은 경우, 혈관이 충분히 확보가 안 되는 경우는 힘듭니다. 보통 연결하는 문맥이나 간정맥에 혈전이 꽉 차서 그걸 파내고 수술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직 그런 경우는 안 되고 어느 정도 간 기능이 잘 호전되어 있고 독소도 많지 않은 환자들에 있어서 부분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간이식 자체는 생명을 구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상처를 떠나서 생명을 살리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리고 아직 많은 예가 있지 않죠. 지금은 선택을 잘해서 할 수 있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해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앞으로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공여자 복강경 간이식 수술처럼 경험이 축적되었을 때는 점점 발전을 해나가 대부분 환자에게 가능하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메디우스 퀸 : 전체 간암 환자 중 간 이식률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서경석 : 간이식이 간암이나 말기 간질환 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고 인정받고 있습니다. 단지 간이식을 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조기암에서만 해야 합니다. 해당되는 조건들이 있어요. 종양 하나가 5cm 미만이라든지, 다수일 경우 3개까지 3cm 미만이고 다른 기관에 전이가 없어야 합니다. 이런 조건에 해당됐을 때 생존율이 75~80%입니다. 굉장히 우수한 성적이지만 그 조건을 넘으면 재발률이 높고 생존율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기에 간암을 빠르게 발견해서 간이식을 하면 간암을 퇴치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공여의 문제도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사체 간이식이 상당히 많은 편에 속하지만, 우리나라는 환자 수에 비해 공여자의 수가 매우 적어서 일반적으로 상태가 나쁘지 않고 기능이 살아있는 간암 환자들에게는 사체 간이식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점수가 모자라서 우선권이 간이 더 안 좋은 사람에게 가기 때문에 지금 간암 환자들의 대부분은 생체 간이식을 합니다. 법적으로도 정해져 있고 규정도 정해져 있죠. 그래서 조기에 발견해야 하고 또 공여자가 필요합니다. 이 두 가지 조건 때문에 아직도 모든 사람이 간이식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아직 단일 종양의 암세포 환자에 있어서는 간절제 성적이 우수하고 재발이 되고 나서 간이식을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에 일차적인 치료법으로 가능하다면 절제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Q. 메디우스 퀸 : 간이식 수술 후 이식 환자에게서 15%에서 많게는 50%까지 담도합병증이 발생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합병증의 원인과 치료 방법은 무엇인가요?
A. 서경석 : 이식하는 사람들에게서 가장 고민되는 것 중의 하나가 수술은 잘 돼서 퇴원했는데 외래에서 보니까 간기능이 이상해지고 담도 협착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담도는 담즙이 흘러가는 구조인데, 담즙이라는 게 상당히 자극성이 있어서 만약 담즙이 복강 안에 흐르면 환자가 굉장히 아프고 그 자체가 주변 조직을 나쁘게 하고 막히게도 하죠. 그리고 수혜자의 경우 기존에 질환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워낙 담도 자체의 질이나 혈관들 분포가 안 좋을 수 있어 담도 협착이 생기기 쉽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여러 원인으로 인해 담도 협착이 생기고 일부 환자는 이것 때문에 계속 고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원을 반복하고 담도염이 생겨서 열이 오르내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교정을 하거나 요즘엔 내시경을 이용해 뚫고 오랫동안 유지시키거든요. 담도 합병증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수술을 잘해야겠죠. 혈액이 잘 가게 하고 담즙 누출을 방지하기 위해 담즙배액관을 넣는 방법 등은 아직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Q. 메디우스 퀸 : 많은 환자가 간이식 수술 후 면역억제제 복용으로 인한 감염, 부작용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간이식 후 관리나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또 면역억제제 복용 중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해도 괜찮은지 궁금합니다.
A. 서경석 : 아직 이식 후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물론 일부에서 면역억제제를 끊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평생 복용해야 합니다. 면역억제제가 많이 좋아졌지만 면역이 억제되기 때문에 일반 사람에 비해 감염에 취약합니다. 그리고 약 자체의 부작용에 따른 심혈관계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혈압이 오를 수도 있고 지질이 안 좋아져서 당뇨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암 발생률도 높기 때문에 대비를 잘해야 하고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생활수칙을 잘 지키는 거죠. 체중을 잘 유지하고 운동을 해야 합니다. 정기검진도 중요합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해서는 면역억제제로 인해 항체가 생기는 확률이 일반인보다 현격히 떨어집니다. 대부분 2차까지 접종했을 때 약 50% 미만의 항체가 생기는 경우가 있고 3차까지 맞아야 일정한 레벨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Q. 메디우스 퀸 : 간을 건강할 때 지킬 수 있는 생활수칙이 있을까요?
A. 서경석 : 일단 간을 좋게 하는 약이라는 건 거의 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약간의 도움이 될 수는 있죠. 근데 뭐든지 먹으면 간으로 가서 분해가 되고 그게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약간은 덜 먹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보통 건강한 공여자가 와서 검사해보면 30~40%가 지방간을 갖고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지방간을 갖고 있고 경변으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체중을 잘 유지하고 운동을 적절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음주의 경우엔 양의 정도에 따라 다르고 사람에 따라서 알코올에 대한 독성을 분해하는 능력이 상당히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얼굴이 빨개지는 분이나 여성들은 선천적으로 간이 약합니다. 그런 경우 조금만 먹어도 간에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많이 마셔도 괜찮은 경우도 있지만, 결국은 술을 마시면 간이 빡빡해지고 간에 혈류가 잘 가지 못해서 항문 염증이나 치질 같은 합병증도 생길 수 있습니다. 보통 간은 독이 들어와서 70~80% 죽어도 다시 재생을 하기 때문에 살 수 있습니다. 한 번 많이 마시고 그 다음에 잘 쉬면 잘 회복할 수 있죠. 그런데 휴식을 취하지 않고 계속 공격을 해서 낫기도 전에 또 상처가 생기면 피부에 상처가 생겨 딱딱해지고 반흔조직이 생기는 것처럼 간에도 반흔조직이 나타나고 섬유화가 생기고 많아지면 그게 간경변으로 이어집니다. 저는 의사이기에 술을 마시라고 권할 순 없지만 적절하게 잘 먹으면 좋죠. 그렇지만 조절이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안 먹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자제가 잘 되는 분들은 어느 정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으니 괜찮을 수도 있겠네요.
Q. 메디우스 퀸 : 마지막으로 간이식 분야에서 ‘3세대 대표주자’로 불리시는 교수님께서 앞으로 목표하신 일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서경석 : 공여자 복강경 간이식 수술을 저희가 보급을 하고 표준화를 시켜서 거의 유지했다고 생각하는데, 수혜자 수술에서도 표준화를 시키는 작업이 단계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특히 간암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간암 환자의 재발을 줄일 방법들을 생각해보고 간암으로 인해 사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겠죠. 앞으로 조기 검진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간암 환자들의 생존율을 70~80%까지 올릴 수 있으면 제일 좋고요.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후배들을 양성하고 이끄는 것도 저에게 중요한 일입니다. 예전에는 전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수술이 지금은 가능한 수술이 되었고 결국 미래에는 표준화되겠죠. 그런 것들이 앞으로도 더 생길 겁니다. 계속해서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이 제가 할 또 하나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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